2017년 10월 '신외감법' 개정에 따라 2018년 11월 도입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및 표준감사시간제'가 시행 4년 동안 회계 투명성 제고,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감사 품질 개선 등 목표가 무색하게 회계 감사의 비효율성을 높여 중견기업의 경영 부담을 크게 가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7일 '상장 중견기업의 감사 보수 현황 및 개선 방안'을 통해 "'신외부감사법' 개정 전인 2017년과 비교해 상장 중견기업의 감사 보수는 2021년 기준 154.6%, 감사 시간은 78.7% 급증한 반면, 감사 품질 향상은 크게 체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견련은 "'신외감법'의 개정 취지를 온전히 달성하면서 기업의 애로를 완화하려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폐지하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되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의무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하는 의무교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주권상장법인 및 소유 경영 미분리 비상장법인이 외부 감사인을 6년 동안 자율적으로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중견련은 '신외감법' 시행 전후인 2017~2021년 상장 중견기업 740개 사를 대상으로 감사 보수·시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 중견기업의 감사 보수 평균 금액은 2017년 1억 70만 원에서 2021년 2억 5,640만 원으로 154.6% 크게 증가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중견기업의 감사 보수는 2017년 1억 2,030만 원에서 2021년 2억 8,220만 원으로 134.6%, 코스닥시장 상장 중견기업의 경우 8,120만 원에서 2억 3,100만 원으로 184.5% 폭등했습니다.
상장 중견기업의 평균 감사 시간도 2017년 1,416시간에서 2021년 2,531시간으로 1,115시간, 78.7%나 상승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은 2017년 1,682시간에서 2021년 2,791시간, 코스닥시장은 1,152시간에서 2,273시간으로 각각 65.9%, 97.3% 늘었습니다.
중견련 관계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이후 감사인이 가이드라인인 표준감사시간을 실제 필요와 달리 법적 규정으로 해석, 감사에 과도한 시간을 투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라면서, "감사 보수·시간 폭등은 정부가 감사인을 강제 지정하고, 표준감사시간 결정 권한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 일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업의 감사 부담이 크게 증가했지만, 감사 품질 향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감사인 품질 관리 감리 결과 평균 지적 건수는 2019년 11.5건에서 2021년 13.9건으로 20.9% 증가했습니다.
중견련 관계자는 "일부 회계법인이 감사 과정에서 책임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에 대형 회계법인의 컨설팅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기업들은 감사 비용에 더해 컨설팅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양균 중견련 정책본부장은 "제도 시행 이후 주기적 감사인 지정 기업 수는 2019년 220개에서 2022년 677개로 207.7% 증가했고, 동시에 기업 현장의 감사 애로도 급증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중견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 정부·국회 등과 긴밀히 소통해 지속적으로 제도 개혁을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