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매거진 중심重深

President’s Message

 

 

꿈만 같습니다진부하지만 나은 표현을 찾기 어렵습니다중견기업법이 시행된 지 10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법정단체로 발돋움한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중견기업의 경제적 위상은 두 번 설명이 필요 없고중견련은 경제6단체로 운위됩니다동료 중견기업인과 정책 담당자사무실과 공장에서 충실히 직분을 수행해 온 수많은 근로자명절이면 떡을 나누곤 했던 지역 공동체의 친근한 이웃들중견련 사무국을 지켜 준 여러 임직원의 면면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기업을 분석하는 일로 청춘의 태반을 채웠지만인생 후반 기업인으로서 접한 현장의 능선은 아연할 만큼 가팔랐습니다·제도와 현실의 간극은 기별조차 닿지 않을 만큼 멀었고적개심에 가까운 공동체의 냉담함은 차라리 무관심을 그리워할 지경이었습니다이념에 경도된 정치의 한복판에서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의 핵심인 기업과 기업인의 가치는 존중받기보다 필요에 따라 이용되는 허상에 그쳤습니다국부 창출의 원리가 외면받고성장의 긴박한 요구는 조명되지 못했습니다심지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길목마다 산업 발전의 대전환을 이끌어 온 중견기업은 엄연한 존재를 주목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했습니다.

 

집무실 한편의 둥근 테이블에 매주 몇몇의 동료 중견기업인이 모였습니다성토도 하고 한숨도 쉬었습니다바쁜 시절이었지만 누구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뭔가 해야만 했습니다나고 자란 땅과 하늘을 빌려 기업을 일으켰기에수많은 이웃과 근로자의 삶에 기댄 결과이기에 노고를 돌려줄 방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길은 분명했습니다기업인들이 잘하는 일은 부를 창출하는 것입니다보다 많은 기업이 왕성하게 활동할 때 경제의 혈류는 보다 힘차게 흐릅니다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법과 제도의 프레임은 기업 존속의 근본적 지평을 형성합니다민주주의는 자본주의 발전의 근간입니다사람의 뜻이 모여야만 세상은 간신히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라는 협소한 공간을 중견기업 발전의 단단한 터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습니다인정과 권위는 스스로 주장하기보다 타자로부터 주어지는 가치일 터하나 둘 중견기업의 총의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백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제단체들과 견줄만한 힘은 없었습니다최소한일 뿐이지만 최대한의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2010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세계적인 전문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고, 2011년 3월 국회에서 의결된 산업발전법에는 중견기업 정의와 지원 근거가 명시된 상황이었습니다. 2012년에는 중견기업 정책을 전담하는 중견기업국도 문을 열었습니다하지만 중견기업 발전의 당위를 내포한 법적 기반을 일구는 경로는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뜻 있는 중견기업인들이 앞장섰고학계의 이론적 지원이 뒤따랐습니다. 2013년 겨울마침내 귀를 열기 시작한 국회의 문을 두드려 릴레이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중견련 임직원들이 밤낮없이 자료를 정리하고바쁘게 작성한 보도자료를 쥐고 언론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2024년 현재 중견기업은 전체 기업의 1.3%, 5,576개에 불과하지만 매출수출고용의 15%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군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제조 중견기업의 85%, 1,675개 사가 글로벌 산업재편의 시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선도적 경쟁력을 이끌고 있습니다. ICT, 제약바이오 등 첨단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에 넓게 포진한 중견기업을 우리 경제의 허리로 부른 지도 오래입니다국내 일등이자 곧 세계 최고인 중견기업도 많습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용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무역 분쟁을 불과 일 년 만에 끝낸 것도 중견기업의 연구개발이었고,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의 쾌거도 항공 우주 분야 중견기업의 탁월한 기술력 덕분이었습니다돌이켜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7년 IMF 위기를 포함한 경제적 난국의 돌파는 물론 개발연대에서 시작된 한국 경제 발전의 과정 자체가 중견기업의 간난신고에 기댔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 믿습니다새삼 놀랍고도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해 3월 30국회 본회의장이 초록빛으로 물들었습니다. 10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중견기업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만장일치의 공감을 표현했습니다불가결한 중견기업의 위상과 가치를 국민에게 승인받은중견기업 육성·발전의 안정적인 법적 근거를 확보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2014년 7월 한시법의 꼬리표를 단 중견기업법이 시행된 이후 중견기업 수는 2013년 3,846개에서 2022년 5,576개로고용은 116만 명에서 158.7만 명으로수출은 876억 달러에서 1,231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기업은 성과로 말합니다덧붙이는 말들은 구차합니다모든 중견기업인이 인생을 걸고 노력한 결과일 뿐입니다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합니다.

 

2년 전 중견기업계의 총의를 대리하는 과분한 직무를 맡으면서 드린 약속들을 기억합니다국부의 원천이자 생산과 교역의 중심 주체인 기업의 성장그 고갱이로서 중견기업의 발전을 위해 오직 중견기업계의 신뢰에 의지해 진짜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지난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발목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인 법인세를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고부족하지만 기업 영속성의 필수조건인 승계 관련 법과 제도가 일부 개선됐습니다외국인 고용허가제 허용 등 중견기업계의 고질적인 애로 해소를 뒷받침할 크고 작은 조치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보내주신 신뢰에 비춰 보잘 것 없지만작게라도 체감되는 변화가 있다면 모두 중견련 회원사를 비롯한 중견기업 동료 여러분의 성취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멉니다조금 전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한층 강화된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여전히 녹록치 않은 상황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일입니다국부 창출의 핵심인 기업을 옥죄는 방식은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기에 손쉬울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무책임에 불과할 것입니다.

 

기업인을 잠정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 노동환경 등 모든 분야를 가로지르는 불합리한 인식과 규제를 시급히 해소해야 합니다성장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젊은이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의 원천이자 보다 나은 삶의 구체성 위에 남겨진 풍요와 조화의 족적으로서 기업의 존재의의를 각인해야 할 것입니다.

 

더 많이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은 없습니다오늘의 시공을 우리에게 대여한또 다른 내일을 활보할 미래 세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새롭게 결심하고더 많이 뛰겠습니다.

 

견기업법 시행과 중견련 법정단체 출범 10주년모두에게 다시 한 번 진심어린 축하와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 진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