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이선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총괄팀 주임연구원

지난 8월, 정부는 경제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3대 패키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기업의 투자가 일정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법인세에 추가하여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중견기업의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9.8%로 대기업 18.3%, 중소기업 15.2%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세제 도입으로 인해 중견기업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본고에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내용과 특징,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기업소득환류세제란?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는 경우 추가과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향후 발생하는 당기소득의 일정규모를 투자, 임금증가, 배당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기준에 미달한 부분에 대해 법인세 외에 10%세율로 과세하는 이른바 징벌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대상기업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법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이며 2015.1.1.이후 개시되는 사업연도부터 2017.12.31.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과세방식은 아래와 같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데 투자소요가 많은 기업은 A방식을, 그렇지 않은 기업은 임금증가와 배당액 등만을 기준으로 한 B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A. 기준율α*(60~80%) - (투자+임금증가+배당액 등)] × 10%

B. 기준율β*(20~40%) - (임금증가+배당액 등)] × 10%

※ 최초선택시 3년 계속 적용, 법에 기준율 상한을 정하고, 구체적인 기준율은 시행령에 규정

중견기업의 절반이상인 51.2%가 과세대상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본회가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 500억원을 초과하는 중견기업은 전체 2,505개사 중 51.2%인 1,283개사로 중견기업 절반이상이 과세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 분포별로는 과세대상의 82.6%인 1,060개사가 매출액 5,000억원 미만에 해당된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대상기업수를 약 4천개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수치를 기준으로 본다면 대상기업의 32%정도가 중견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 자금조달에 악영향 우려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발굴, 해외 M&A, 대규모투자 등이 중요한 만큼 기업이익의 일정부분은 자금으로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인해 당기소득의 일정수준 이상을 투자해야 하므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견기업의 56.2%가 사내유보자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성장에 따른 금리상승과 까다로워진 대출심사로 인해 시중은행 대출과 정책금융 이용이 어렵기 때문인데 이러한 애로를 겪고 있는 중견기업은 투자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해외에는 투자촉진을 위한 유보금 과세는 없어

우리나라도 실효성 논란으로 2001년 적정유보초과소득과세 폐지

미국, 일본, 대만 등은 개인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고 있으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은 탈세를 위한 사내유보금만이 과세대상이며 일본은 동족회사가 소득세보다 법인세가 높으면 사내유보를 통해 의도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과세로서 차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에 도입한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과세는 실효성 논란으로 2001년에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성격으로 재도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 이 제도는 비상장대법인이 적정수준을 초과하여 사내유보를 하는 경우 15%세율로 과세하였으나 자기자본 확충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고 IMF(국제통화기금)가 재무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중과세 문제로 조세저항 우려

마지막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이중과세 논란에서도 비켜가기 어렵다. 과세기준인 당기소득은 법인세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이미 세금을 낸 금액에 다시 과세를 하기 때문에 이중과세 문제가 야기되며 기업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신고인원 절반이상이 중견기업

기업규모별 과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견기업에 대한 고려 필요

우리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큰 선결과제임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업저축을 풀어 투자, 고용, 임금 등의 가계로 흘러가게 한다는 취지가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끼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취지대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경제선순환구조 마련의 가늠쇠가 되려면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도 보듯이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2014년 신고인원의 절반이상인 53.3%가 중견기업으로 중소 40.6%, 상호출자 6.0%보다 월등히 많았다. 기업규모별 과세형평성 문제가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인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향후 시행령 작업 시 중견기업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요구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