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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왜 명문 장수기업인가?

  • 2014-06-26

왜 명문 장수기업인가?

이제호
(주)가우젠 대표/경영학 박사
명문 장수기업 정책포럼 전문위원

기업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견기업 창업 오너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안정적 경영승계 및 후계자의 책임경영체제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이 20143명문 장수기업 정책포럼을 구성하여 올해 내로 종합적인 명문 장수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등 이제 명문 장수기업 육성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명문 장수기업이란 무엇이고, 한국 경영지배구조의 어떠한 특성으로 인해 명문 장수기업이 중요한지, 명문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명문(名門) 장수기업은 말 그대로 장기적인 사업연한을 가진 사회적 평판이 좋은 가족기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개념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구성요소로 구분된다.

첫째, 장기적인 사업연한을 통해 기업의 고유역량에 기초한 장기적인 생존력과 환경변화에 따른 혁신능력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둘째,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안정적 경영성과를 기초로 최소한의 준법경영은 물론 능동적인 사회적 공헌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창업 오너 및 가족이 기업의 최대주주이고 중요한 의사결정책임을 지닌 경영참여를 하고 있다.

이같은 3가지 명문 장수기업의 구성요소 중에서 장기적인 사업연한이나 양질의 경영성과는 장기생존력을 보유한 전통적인 우량기업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즉 명문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사회적 평판을 지닌 가족소유경영이 보다 차별적인 요소라고 할 것이다.

기업의 경영지배구조에는 중대한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지분자인 주주와 이사진이 자리하고 있으며, 지배구조의 핵심에는 기업지배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와 CEO가 있다. 지분상의 의결권을 통해 최종적인 경영책임을 지는 지배주주와 지배주주의 신임을 받는 CEO는 기업의 경영성과와 장기적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다수의 중견기업은 창업 오너와 가족이 지배주주이면서, CEO를 겸하는 가족소유경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승계는 크게 주주지분 승계와 CEO로 대표되는 경영권의 승계가 복합되어 진행되게 된다.

가족의 지배적 주주지분은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부의 승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분상의 의결권을 통해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기 때문에 경영책임의 승계를 부여받게 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경영권의 승계는 가족 후계자의 사업경험과 경영성과, 경영리더십 등을 포함하는 경영역량의 축적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CEO로서 경영상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게 된다.

이 때문에 창업 오너의 가족 후계자 승계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내부승진 또는 외부 영입에 의한 전문경영인 경영방식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전문경영인은 경영권 승계만이 가능할 뿐 주주지분의 승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지배적 가족주주는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에 대해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므로 온전히 독립적인 전문경영방식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가족소유경영과 전문경영방식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의 장단점을 이론적으로 논의하기 보다는 중견기업의 경영지배구조와 경영승계 상의 특이성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명문 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한 실천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는 흔히 소유경영지배구조의 단점으로 소유경영자의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으나, 지배주주가 없는 주인없는 회사의 경영 리스크에 대해서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하며, 국내 경영현실에서는 가족소유경영이 가지는 기업의 경영지배구조의 안정성에 기초한 장기 성과를 고려한 의사결정상의 장점, 안정적 경영승계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업과 기업 해체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다수의 중견기업의 가족지분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의 지분상의 분쟁 우려와 상속증여세에 대한 준비 부담으로 인해 지배적 가족지분의 유지가 경영상의 우선순위로 고려되면서 과도하게 경영권 방어나 세금납부를 위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기업의 성장잠재력 확충이 저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국내 중견기업의 경영지배구조가 창업 오너 및 가족이 상당한 기업 지배권을 가진 최대주주이면서 중대한 경영참여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족소유경영의 단점만을 주로 부각하면서 적정한 대안없는 선택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업 지배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창업자와 그 가족임을 일정 부분 수용하고, 중견기업들이 안정적 경영승계를 통해 책임경영을 하도록 인센티브 방식의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배적 가족주주의 존재를 주인있는 회사라는 인식을 토대로 책임경영을 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제시한 명문 장수기업의 개념과 적합한 요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사회적 명성에 적합한 사회적 책임경영을 다하는 기업, 적절한 후계자 승계프로그램을 통해 경영능력을 갖춘 후계자가 책임경영을 하는 기업, 지속가능한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를 책임있게 실천하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명문 장수기업 육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기업현실에 맞는 경영승계상의 세제상의 개선,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한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이 부여되고 이를 통해 기업과 관련된 경제 주체가 상호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