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특별법 제정의 의미와 시사점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4년 7월 22일은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견기업 특별법)이 효력을 발하는 날이다. 2014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시행 중인 법률은 1,337에 이르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중견기업 특별법은 현재 시행중인 1,300개 이상의 법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 특별법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법률이고, 동시에 중견기업이 새로운 국가의 전략과 정책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 세계 경제의 침체국면에서도 독일은 선진국으로서 비교적 높은 성장률과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그 원인을 독일 경제활동주체의 구조에서 찾았다. 독일의 기업구조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도 아니고, 대만과 같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도 아닌 소위 중견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이다. 헤르만 지몬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매출액이 40억불 이하에 속하는 기업군을 중견기업으로 보고, 이를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으로 명명하였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현재 성장둔화상태와 높은 실업률에 직면하여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오히려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는 바로 그간 우리나라의 정책편중 현상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산업정책만이 존재하여 왔고, 기업생태계의 형성에 관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견기업 특별법은 성장촉진을 위한 경제구조의 고도화와 질 좋은 일자리를 시급하게 창출하기 위한 정책적 산물이다. 왜냐하면 중견기업은 대기업보다 고용창출에의 기여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혁신성과 성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고용정책의 기반이 되는 산업정책을 건전하게 견인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특정국가의 기업구조가 경제성장, 산업발전 그리고 고용률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다. 2차 대전 이전에 식민지국가에서 21세기 초반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이다. 부지런한 국민들의 노력은 산업역군으로 정의심이 강한 국민을 민주투사라는 존칭을 부여하게 하였고, 이는 곧 대한민국을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성공한 또 다른 요인은 정부의 적절한 산업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경공업정책에서 중공업정책으로, 여기에 더해진 정보통신산업정책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표본으로 삼고자 하는 정책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성공하였으나 기업생태계 형성을 위한 정책에는 성공하였다고 할 수 없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창조적 경제를 실현하는 데에 적지 않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중심의 산업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지배와 종속으로 양분화 하였고,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으로 인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에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정된 중견기업 특별법은 현재 직면한 우리나라의 산업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석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중견기업 특별법을 통해 중견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가 형성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본다.
정부도 변화하는 세계경제질서와 소용돌이 속에서 산업정책을 수행할 때에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과와 부작용이 없는 산업정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이를 위하여 이제는 산업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산업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을 중심에 두어야 하고, 이는 산업과 기업성장을 모두 고려하여야 하는 산업정책의 고도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견기업 특별법은 결코 중견기업의 성장만을 위한 법률이 아니다. 중견기업 특별법은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을 고도화하고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견기업 특별법이 발효되면, 앞으로 국가의 정책에서 기업성장을 필요적 요소로 반영하고, 관련된 국내의 법령에서 이를 고려하게 된다. 중견기업의 성장촉진과 경쟁력 강화는 경제·산업과 관련된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국가의 새로운 발전전략이 될 수 있다. 중견기업 특별법의 발효로 각 기업의 특성별 필요성에 따라 국가는 적합한 정책을 구상할 수 있고,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 중견기업의 지위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중견기업 특별법의 외연과 내포를 창조적으로 파악하여 새로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행하는 데에 있다.
중견기업 특별법 제정이 있기까지…
[중견기업 특별법 시행령안] 한편 정부는 중견기업 정책의 중․장기적 기본틀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관계부처 등과 협업 으로 중견기업 시책의 기본방향, 조세․금융 등 분야별 혁신역량 강화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한 「중견기업 성장촉진 5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2013년 6월 4일 ~ 9월 4일, “국회 릴레이 정책토론회- 경제재도약 중견기업에서 찾다”(총 5회) 공동주관 <정책총괄팀 신명숙 주임연구원> |